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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내 20대는 우울과 불안감 투성이었다.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줄 알았는데 결국 그런 날은 오지 않았고,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청춘만을 그리워했다.

 

아직도 좋은 날은 오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흘려보낸 지난 날 덕분에 지금이라도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라도 하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 정가제 시행 전, 공연히 책을 잔뜩 사다 두었었는데 그때 산 책들 중 하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읽지 않고 구석에 두었던 책을 올해 들어 꺼내보면서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자가용 소유자도 되었고 해서 말이다.

 

친구들과의 안동 여행으로 문화유산 답사 여행이 첫 스타트를 끊나 했더니 우째우째 여행이 미뤄지게 되어 첫 여행은 문화유산 답사기 1권, 제일 처음으로 소개되는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과 해남이 되었다.

여행 동행자는 유선관에서 1박을 하는 것이 오랜 소원이던 엄마가 되었다. 

 

유선관은 현재 전화 예약만 가능하며, 식사는 저녁과 아침이 제공된다. 미리 조식을 신청하려고 출발 며칠 전에 전화를 했더니 숙박 하러 와서 그때 말씀해주시면 된다는 대답을 받았다.

 

토요일부터 시작된 3일의 연휴 중에 토요일은 우리 각자 볼 일을 보고 일요일에 새벽같이 출발했다. 연휴중이라 교통량이 많아질 것임을 우려해서다. 7시 정도에 출발했으니 그리 이르진 않았지만, 그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연휴 중 가운뎃날에다 일요일이어서인지 도로는 한적했다. 

섬진강 휴게서소서 아침을 먹고 운전자를 교대했다. 전라도로 넘어가니 도로가 한층 더 한산해졌다.

 

우리의 첫 방문지는 다산 초당이 될 예정이었다. 이유는 없고 카카오맵에 저장해둔 곳 중에 제일 먼저 내 눈에 띄어서. 

그런데 가다보니 다산초당을 지나는 길에 백련사가 있어 백련사를 먼저 들르게 되었다.

 

백련사 관광안내소 컨테이너가 비뚤어져서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곳인가 했는데 의도적으로 기울여놓은 거였다.

 

"백련사 만경루를 다시 빙 돌아 앞마당으로 내려오면 우리는 장대한 동백나무숲 한가운데로 난 길을 걸어내려가게 된다. 3천평 규모의 이 울창한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조선의 자랑거리로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보다도 훨씬 운치가 그윽하고 연륜도 깊다.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이 동백꽃을 구경할 목적만으로 백련사를 찾아올 만도 한데, 그 시기는 동백꽃이 반쯤 져갈 때, 그리하여 탐스런 꽃송이가 목이 부러지듯 쓰러져 나무 밑 풀밭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상기도 피어 있는 꽃송이들이 홍채를 잃지 않은 3월 중순께가 좋다."
"백련사의 불친절성은 그 가람배치의 특수성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구강포 아랫마을에서 보리밭 지나 동백나무숲을 빠져나오면 백련사 초입의 넓은 마당이 나오는데, 천왕문이라도 있음직한 이 자리엔 아무런 축조물이 없이 저 위편에 장대한 규모의 만경루가 우리의 시야를 가로막는다. 만경루는 게다가 아래층 벽면은 무슨 창고나 되는 양 널빤지로 굳게 막혀 있다. 뜰앞에 해묵은 배롱나무가 있어서 그 답답함을 조금은 순화시켜주지만 그로 인한 위압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설명된 만경루 아랫쪽 널빤지는 지금 왼편은 찻집, 오른편은 기념품점으로 변해 있었다.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보려면 찻집에서 차 한잔 하면서 쉬어가도 좋을 듯 하다.

만경루는 현재 개방되어 누구든 앉아서 쉬어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만경루에 들어가 보니 창 밖으로 강진 바다가 보였다.

 

"백련사에 오르면 반드시 대웅전 기둥에 기대서서 강진만을 바라보든지 스님의 용서를 받고 만경루에 올라 누마루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아야 이 절집의 참맛을 알게 된다. 백련사 만경루를 답사객에게 불친절하게 보일 정도로 가파른 비탈을 이용하여 세운 이유는, 바로 만덕산 산자락에서 구강포로 이어지는 평온한 풍광을 끌어안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다산초당 천일각에서 만덕산 허리춤을 세 굽이 가로질러 백련사에 이르는 산길은 늦은 걸음이라도 30분 안에 다다를 수 있는 쾌적한 등산길이다. 등산길이라기보다 산책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이 오솔길은 그옛날 나무꾼이 다니던 아주 좁은 산길로 정다산이 강진 유배시절 인간적·사상적 영향을 적지않이 서로 주고받았던 백련사 혜장 스님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다"

문화유산답사기 책에서 소개된 이 길은 이제 산책로로 조성된 모양이었다. 투어 버스로 온 팀들은 실제 이 길을 통해 다산 초당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주차장에 있는 차 때문에 이 길을 왕복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걷지 않고 차를 타고 다산초당으로 이동했다.

 

다산초당 초입엔 주차장이 따로 없다. 민박, 식당, 찻집 이용객을 위한 사설 주차장만이 마련되어 있어 입구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 주차를 했다. 보통 다산 박물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올라가는 모양이었다.

민박, 식당, 찻집이 있는 이 동네가 책에서 말한 '귤동마을'인 듯 했는데, 이제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상업 건물들 일색이어서 관광지의 냄새가 흠씬 풍겼다.

입구까지 오르는 길은 차로로 닦여있어 수월하게 올라가나, 산책로가 시작되는 길은 등산로에 가까웠다.

소나무 뿌리가 산길 위로 드러나있어 계단 역할도, 장애물 역할도 한다. 

이 길에 대한 시도 있어 안내판에 소개가 되어 있다. 같은 길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는구나 싶었다.

우리가 간 날은 일부 구간의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 때문에 등산 장비를 갖춘 아저씨가 미끄러지는것도 보았다. 평탄한 길이 아니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인분들이 방문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다.

"너나없이 동암 바로 옆에 있는 천일각으로 빠져나가 거기서 멀리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구강포를 바라보며 쾌재를 부른다. 그 풍광의 시원한 눈맛이란 가보지 않은 자에겐 설명할 길이 없다. 정약용 유배시에 천일각 건물이 없었다. 다만 그분도 독서과 저술에 지치면 초당과 동암을 나와 이 자리 어느 그루터기나 바윗등에 앉아 속마음을 후련히 씻어주는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을 것 같다. 이제는 세상의 편의가 있어 그 자리에 넓고 편한 정자가 세워졌으니 우리는 거기에 앉아 긴 난간에 기대어 그분을 위한 묵상에 잠겨볼 일이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산책로 겸 등산길. 어떤 길인지 반쯤 걸어가다 다시 걸어 나왔다.

 

"그러나 '보정산방' 현판은 추사체의 멋이 한껏 풍기는 명작이다. 이 현판은 다산의 제자인 청전 이학래가 추사에게 부탁하여 받은 작품을 나무에 새긴 것이다."

강진군에서는 관광지 순환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주말에만 운행한다는 것이 흠이지만, 5,000원으로 굵직한 관광지를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도 같다.

 

초당에서 내려와 강진 읍내로 향했다. 김영랑 시인의 생가도 보고 점심도 먹기 위해서다. 

강진 읍내는 꽤 작지만 잘 가꾸어져 있어 쾌적했다. 

영랑 생가도 마찬가지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널찍한 주차장이 앞뒤로 두 곳 있었는데, 앞쪽 주차장으로 진입하니 이곳은 대형버스용 주차장이니 뒤쪽 주차장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영랑 생가의 옆쪽에 문학파 기념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영랑 생가 입구에는 강진 읍내의 걷기 길 코스가 소개되어 있었다. 

영랑 생가 뒷편에는 모란공원이 있다. 영랑생가부터해서 한바퀴 쭉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되어 우리는 영랑생가를 통과해 공원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영랑생가는 동산 중턱 양지바른 쪽 읍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터에 본채와 사랑채가 널찍이 자리잡고 있다. 화단에는 방문객을 위함인지 그를 기리기 위함인지 모란꽃을 가득 심어놓아 그 작위적 발상이 가상스러운데, 한쪽에는 1988년에 세운 영랑시비가 육죽하고 촌스러운 자태로 이 집의 운치를 다 망쳐놓았다."
"그러께는 이 집을 지방문화재 제89호(현 중요민속자료 제252호)로 지정하여 사랑채를 초가로 올려 복원해놓았는데, 나는 이 영랑생가 초가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아침 햇살으 받으면서 나에게 있어서 영랑은 누구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았다."

영랑 생가를 둘러보고 있는데 전라도에서 온 분들이 "으메 영랑 선생님 부잣집 도련님이었네~~" 하셨다. 엄마 말도 이정도 규모면 잘사는 집이었겠다 했는데 실제로 김영랑시인네는 대지주집이라고 한다.

이 항아리들이 있는 곳의 오른쪽에 세계모란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다.

독일산 품종의 모란인데, 얼굴이 너무 커서 꽃이 아래로 축축 쳐졌다.

모란공원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유선관에서 전화가 왔다. 저녁을 먹겠냐고 묻길래 저녁은 먹고 들어가고, 내일 아침 조식만 신청하겠다고 했다.

유선관에 예약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전화를 받고 안심이 되었다.

모란의 개화시기는 5~8일 정도로 굉장히 짧다고 한다. 모란 공원에는 사계절 모란원이라는 온실을 조성하여 일년 내내 모란꽃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안에는 모란뿐만 아니라 다른 과실과 작물들도 있었다. 우리집에서 키우다 죽여버린 틸란드시아도 이 온실속에선 크고 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모란 공원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어서 강진 읍내가 내려다보인다.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산 모란종들이 가꾸어져 있고 기증받은 모란들도 같이 수목되어 있다. 

이 뒤로는 김영랑 동상도 있다.

 

세계모란공원을 나와서 차는 주차장에 그대로 둔 채 걸어서 점심을 먹을 곳으로 향했다. 옥이 생선구이라는 곳인데 카카오맵으로 확인하니 도보 17분으로 나왔다. 그쪽 주차장 사정도 알 수 없고 산책겸 해서 걸어보자 했는데 걸어가다 보니 더운데다 주차 공간도 골목골목 꽤 있어서 차를 가지고 왔어야 했다고 결국 후회하고 말았다.

식당에 들어가니 단체 손님이 너무 많았다. 관광버스 단체는 맛집을 안간다고 생각을 했기때문에 핸드폰으로 다시 이 집이 맛집이 맞나 하며 검색해보는 사이 엄마가 테이블이 없대 하며 퇴짜를 맞고 나왔다.

 

어딜 가야할 지 몰라 근처의 두부요릿집으로 향했다.

주문을 하고 식사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옆 테이블의 아저씨가 생선구이집은 맛은 있는데 불친절하다고 했다.

 

우리는 맑은 두부찌개와 비지전을 먹었다. 사실 나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이 집의 음식이 훨씬 나았다. 맑은 순두부찌개는 기대만큼 심심했고, 비지전은 부드러웠다. 반찬들도 다 맛이 있었는데 특히 짭쪼름하게 무친 두부가 제일 맛있었다.

 

뜻밖의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 음료를 하나 사 들고 농협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하고 가우도로 향했다.

내 일정에는 없었지만 엄마가 가우도 출렁다리에 가 보고 싶다고 해서 일정에 추가가 되었다. 원래 가려던 해남 도솔암을 가는 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산했던 다른 관광지와는 다르게, 가우도 주차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앞차를 따라 주차공간으로 들어가다가 만차+나오는 차 때문에 눈물의 후진 질주를 한 끝에 빈 곳을 발견해 주차를 하고 출렁다리로 갔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볼거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출렁다리 그 자체가 볼거리인듯 했다. 섬 반대편에 청자 타워가 있었지만 가 볼 의지도, 시간도 없어서 가 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강진 내륙과 가우도를 잇는 다리만 왕복해 다녀왔다.

섬으로 들어가는 길 오른편에 말굽 모양의 구조물이 있어 무엇인가 했더니 유료로 관리되는 낚시공원이었다.  

굉장히 작은 섬인데 치안센터도 있었다. 주민들은 든든하겠다 싶었다.

제트 보트도 운영되고 있었는데 어디서 타는지는 잘 모르겠다. 저런걸 타는 사람이 있나 했는데 세 대나 운영되더라. 

배 밑을 지나갈때마다 탑승객들이 신이 나서 손을 흔드는데 다리 위 사람들은 아무도 응답해주지 않았다. 다리 위에서 배를 바라보며 인사하면 너무 재미있는데, 나도 사람에 치여서 인사해줄수가 없었다..

 

가우도에서 빠져나와 도솔암으로 가는데, 미황사 이정표를 발견했다. 

문화유산답사기 책에서도 미황사에 대한 언급이 있어 내심 들러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일정에서 제외했었다. 근데 마침 엄마도 미황사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살짝 옆길로 샐 수 있었다.

강아지랑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통통이 곱실머리 갈색푸들이라 너무 귀여워 참을 수 없었다. 성격도 좋아서 나한테 와서 냄새도 맡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도 참견을 해 대었다.

 

"만약 일정이 허락되어 여기에 잠시 머물며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 한쪽에 걸터앉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장엄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답사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도솔암 경치가 좋다고 해서 미황사는 큰 기대 없이 들렀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예쁘고 너무 좋은 절이었다. 뒤쪽 달마산자락이 절과 어우러져 아주 멋있었다. 절 내부의 조경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대웅보전(대웅전과 대웅보전의 차이는 뭘까) 앞 회색옷을 입은 사람들은 템플스테이를 하시는 분들인지 미황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계셨다. 

이런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미황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정말로 도솔암으로 향했다. 도솔암 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산길이라고 들어 운전을 엄마에게 맡겼는데, 올라가는 중간에 내려오는 차들과 맞딱뜨려 정말로 엄마에게 맡기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산길을 쭉 올라가 주차를 하고 도솔암을 향해 20분 정도 산행을 해야 한다.

도솔암으로 가는 산길은 안내판에는 산책로라고 되어 있지만, 그렇게 평탄하진 않다. 바위들이 다 뾰족뾰족하게 생겨서 발을 잘못 딛으면 크게 다칠것만 같았다.

 

 

 

도솔암은 저렇게 바위 틈에 숨어있는 작은 암자다. 저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했다.

낙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아마 석양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가우도도 들렀다가 미황사도 들렀다가 했더니 거의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각이었다.

도솔암 앞이 뻥 트여 있어 해남을 굽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앞은 바위로 가로막혀 있어 틈새로 내다보아야 아래를 볼 수 있었다. 해질녘이었지만 해 지는 건 보지 않고 풍광만 잠깐 감상하고 다시 내려왔다.

카카오맵에서 대흥사를 찍고 도솔암에서 50분을 달려 대흥사 앞 식당가에 다다랐다. 저녁 식사 메뉴로는 무엇을 먹어야 좋을 지 몰라서 네이버에 검색을 했더니 어떤 맘카페에서 대흥사 앞 식당가 음식이 괜찮다는 댓글을 봤기 때문이다.

보리밥 정식을 먹었는데 식당 이름은 아마 보리향기였던 것 같고 가격은 1인분에 9,000원이었다.

밑반찬은 사진과 같고 거기에 보리밥이 한그릇씩 나온다.

엄마는 남도 정식을 기대했지만 거리적, 시간적 제한 때문에 한정식은 이번 여행에선 먹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의 편의점에 들러 얼음컵 두 개와 맥주 두 캔을 사서 유선관으로 향했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이라 그런지 대흥사 입장료 부스가 있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그냥 통과할 수 있었다. 유선관 옆 나무밑에 주차를 하고 짐을 빼서 체크인을 했다.

 

유선관은 백년 넘은 고택이라 이름나 있고, 그곳에서 잔다는 것에 기대를 하고 있어서 공동 샤워장이나 화장실 이용은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객실 내부의 휴지통은 이 전 투숙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비워지지 않고 그대로 들어 있었고, 샤워실은 온수가 잘 나오지 않았으며 화장실은 저녁에 사용하기엔 불이 어둡고 고장난 칸이 두 칸이나 되었다.

우리가 투숙한 날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투숙객들이 여러 팀 있어 애들 떠드는 소리가 와글와글 들려서 덜 무서웠지만, 아마 어른들만 숙박했거나 투숙객들이 몇 명 없어 조용했다면 깊은 밤 산 속에서 자는 일이 무서웠을 것 같다.

 

우리 방 옆으로는 계곡물 소리가 콸콸 흐르고 방은 시간이 갈수록 따뜻해져서, 별을 보러 가자면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10시도 되기 전에 잠이 들었다.

(유선관은 10시 소등이라 9시 50분쯤에 화장실 한번 들렀다가 자려고 했는데 그냥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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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뿡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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